어느 여름 일기 / 임보
절름발이 검둥이가 수캉아지 다섯 마리를 낳고
백목련이 푸른 잎들 사이에 시절도 모르고
둬 송이 꽃을 뽑아 올리다 말았다
누가 낮술을 하자고 불러내지나 않을가
기다리다
왕유(王維)의 시를 둬 편 더듬거리며 읽었다
구름은 떼로들 몰려 북한산 골짜기를
부지런히 넘어가고
아이들은 종일 시시덕거리며 수영장을
오르내리고 있다
금방 터질 것 같은 예감의 세상은
아직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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