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
우리는 ‘괴로움’ 그 자체에
어떤 실체적인 관념과 느낌들을 개입시켜 버립니다.
그래서 그 속에서 괴로움이란 느낌에 노예가 되어 버리지요.
괴로움이란 이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우리네 수행자들의 소중한 일상이 아닌가 합니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지금 내 마음 속에서 느끼는 괴로움은
‘지금’ 괴로운 것은 아닐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즉, 마음이 이미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여 괴롭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얽매이기에 괴로운 것입니다.
...
갑자기 설법중에 한 법우님께
“설법하는데 그렇게 졸고 있으면 어떻합니까”
하고 제법 큰 소리로 언성을 높이고 인상을 써서 이야기 해 보았습니다.
순간 그 법우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부끄러움에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어서
“조금 전 했던 말을 듣고 마음이 어땠습니까”
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눈치를 채고는 그제서야 환희 웃으며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좋습니다.”
하더군요…
이와 같습니다.
우리의 마음이란…
순간 순간 상황따라 조건따라…
잠시 마음이 괴로웠다가 또 그 상황이 바뀌면
금새 마음이 즐거워 지기도 합니다.
그렇듯 현실의 마음은
잠시 인연따라 행복하고 인연따라 괴로운 것이지
언제까지고 고정되게 괴로운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현재심도 고정된 실체가 아닌 불가득인 것입니다.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
어디에서 ‘괴로운 마음’의 실체를 찾으실 건가요…
이 세상 어디에도, 이 마음 어느 곳에도
그 고정된 실체를 찾을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린 괴로워 하고 있습니다.
인연따라 잠시 왔다 가는 상황 상황의 연장인 인생…
그 인연 인연들을 모두 실재시 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있어서 그 인연과 인과를 받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과거심이든 미래심이든 현재심이든
그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은 오직 ‘현재’ 입니다.
그렇기에 현재심을 잘 다스린다면
‘괴로움이란 어디에도 없는 관념의 틀’에서
사뭇 쉽게 벗어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를 다스리는 힘이 바로 ‘관’ 수행입니다.
가만히 마음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 가운데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마음이 일어남을
가만히 관찰하는 것입니다.
관찰하는 순간이 이미 놓여지는 순간임을…
그 순간이 지고히도 순수한
텅 비어지는 순간임을…
[망상이 일어남을 두려워하지 말라.]
[망상이 일어나면 알아채라. 알아채면 없느니라’]
고 하신 지눌 스님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바른 신심 굳게 세워
몸은 생활 속에 있지만 마음은 출가 수행자가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심출가가 진정한 출가인 것입니다.
이렇게 ‘선재결사’에 동참하신 모든 법우님은
수행자이기에 어디서도 당당할 수 있습니다.
수행자는 참으로 당당한 법입니다.
더욱 정진하시길…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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