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기울어진 4월이 아프다 / 오혜정

덕 산 2024. 4. 24. 14:36

 

 

 

 

 

기울어진 4월이 아프다 / 오혜정

 

4월은 자꾸 왼쪽으로 기울었다

수분기 없는 침묵이 수평선 아래로

뿌리를 내린다

나의 말들은 빛의 방향으로 자라나지 못하고

점점 말라갔다

봄은 정차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계절을 잃은 4월은 운율을 잃는다

수분을 빼앗긴 기억들이, 템포 없이 멈춘 하루가

바짝 시들어간다

나의 봄은 안구건조증을 앓는다

 

아팠던 계절을 적는다

상처 입은 풍경들이

비로 내린다

4월의 그늘을 적시는 이야기들

기울어진 내 그림자의 왼쪽 다리가 저리다

 

피어나지 못한 우리의 문장들이

계절의 길목에서 봄의 방향으로 구부러진다

바람의 날갯짓이

봄의 몸짓이었으면 한다

 

304송이의 꽃들이 노란 날개를 단다

 

 

 

반응형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록 속에 서서 / 이은상  (0) 2024.04.26
4월 / 오세영  (0) 2024.04.25
4월 엽서 / 정일근  (0) 2024.04.23
4월 / 위선환  (0) 2024.04.22
4월의 사랑은 / 이재민  (0) 202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