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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접속, 새로운 것과의 접속 / 법상스님

덕 산 2024. 4. 7. 07:59

 

 

 

 

 

신경접속, 새로운 것과의 접속

 

뇌 가소성(可塑性, Plasticity)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과학에서 뇌는 특정부분에 어떤 각각의 기능이 저장되어 있고,

그 부분이 망가지면 결국 극복할 수가 없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뇌졸중으로 운동신경이 모두 마비된 사람은 일반적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지만 사실은 부단한 노력으로 이를 완전히

극복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손상된 뇌는 그대로 손상된 채 남아 있지만,

그 뇌에서 해야 되는 부분을 또 다른 옆에 있는 뇌가 대신 해 준다는 것입니다.

즉 그 뇌의 기능이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뇌의 기능이 아주 새롭게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 뇌 가소성입니다.

 

또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의 뇌는 언제나 새로운 신경접속 회로가 형성된다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늙으면 기억력도 감퇴하고, 암기력도 사라지고,

뇌가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아무리 나이가 늙는다고 할지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접촉하고

배울 때 끊임없이 신경접속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전혀 새로운 것에 접촉하지 않고, 배우지 않으며,

스스로 나이가 들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뇌도 노화되는 것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신경접속회로는 새로운 것에 접촉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경험할 때,

혹은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거나, 어떤 통찰력에 깜짝 놀라 소름이 돋는 등의

그런 때에 생겨난다고 합니다.

 

즉 익숙하고 진부하고 안정적인데 안주할 때가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공부하고 깨달을 때 생겨난다는 것이지요.

어떤 한 사람이 나한테 욕을 했고, 그 사람이 아주 싫어졌어요.

그리고 훗날 그 사람을 다시 만났어요.

그 순간 과거의 욕했다는 정보를 검색함으로써 그를 싫은 사람이라는

편협한 관점으로 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 사람이 나에게 그 때의 일을 진심으로 사과하기 위해 왔을 수도 있고,

나를 돕기 위해 왔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용서를 받아들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에 여러분들이 전혀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한다면 과거를 불러들여서

현재를 해석하는 그런 일들을 그만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전혀 새로운 경험이 나에게 충분히 받아들여지고,

느껴지고, 더 자각되고, 수용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어떤 TV에서 보니까 어떤 의사 분은 생쌀 현미를 날것으로 그냥 씹어 먹데요.

또 야채 같은 것도 된장에 찍어먹지 않고 그냥 드세요.

이것저것 톡 쏘는 소스나 양념을 과하게 해서 먹으면 그것이

먹을거리 본연의 맛을 덮어버리고, 그냥 익숙한 맛이 되어서

나에게 완전한 경험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먹는 것을 하나 먹더라도 그 맛이 나에게 완전한 하나의 경험으로

완료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익숙한 삶에서 벗어난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입니다.

그것이 하나의 수행이 되고, 성스러운 ‘지금 이 순간’과의

일치를 이루는 순간이 되는 것입니다.

밥 먹는 것 하나가 전혀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세요.

난생 처음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낯설고 새로운 시선으로,

마음속에서 그 어떤 것으로도 거르지 않은 채로 투명하게 바라보십시오.

어떤 하늘이 보이십니까?

하늘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연주되는 소리가 들려올 지도 모릅니다.

 

- 법상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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