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 가는 길 / 박경원
길의 끝엔 자그마한 면소재지가 있을 것이다
산 저쪽 말들의 권태의 성을 쌓는 오후와
햇살을 켜 놓고서 외출한 집들의 풍습이 있을 것이다
한 남자가 삶을 등지고 거실 벽 사진 속으로 들어간지도
십년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짐작들이란 매번 헛수고로 그칠 때도 많다
말들은 여전히 벌레처럼 몸을 갉아먹고 있거나
성냥불을 켠 채 사진 속 안색을 들여다 볼지도 모른다
길의 끝 그 면소재지엔 좁은 골목들이
노파의 입에서 중얼중얼 새어나오고 있을 것이다
고추들은 더디 마르고
매운 태양만이 저녁의 지팡이를 짚고 있을 것이다
죽음들은 대부분 서쪽 산에 버려지며
바람 조용한 날엔 좁은 산길도 피었다 지는 곳, 그길 이쪽엔
손톱을 깎고 찾지 못한 각질 같은
이월 가는 길이 한 톨 떨어져 있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