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에게
한 평생 나를 따라다느라고 수고가 많았다.
내 삶이 시작될때부터 그대는 한시도 내곁을 떠나지 않았다.
햇빛 아래서건 달빛아래서건 말 그대로 몸에 그림자 따르듯
그대는 언제 어디서나 나를 따라 다녔다.
그러니 그대와 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동반자이다.
요즘에 와서 실감하는 바인데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남은 세월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 허락된 남은 세월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든다.
따라서 내 삶을 추하지 않게 마감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혼자서 살아온 사람은 평소에도 그렇지만
남은 세월을 다할 때까지 자기 관리에 철저히 해야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늙어서 자기 자신의 관리가 소홀하면 그 인생이 초라하게 마련이다.
꽃처럼 새롭게 피어나는 것은 젊은만이 아니다.
늙어서도 한결같이 자신의 삶을 가꾸어 관리한다면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
화사한 봄의 꽃도 좋지만 늦 가을 서리가 내릴 무렵에 피는
국화의 향기는 그 어느꽃보다도 귀하다.
- 법정스님의 “홀로사는 즐거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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