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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 팥죽 / 오정방

덕 산 2022. 12. 22. 09:48

 

 

 

 

 

동짓날 팥죽

            - 오 정 방 -

 

 

짧을 때보다 밤이 5시간이나 더 긴 동짓날

속까지 다 시원할 동치미를 곁들여

저녁상에 팥죽 한 그릇 별미로 올라왔다

설탕을 조금 뿌릴까 말까 하다가

몸에 이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올라온 그대로 먹어보기로 했다

맛이 없지 않았다

맛이 참 좋다고는 말하였으나

새 맛에 길들여진 내 혀 탓인가

어린 시절에 먹어 보았던 기억 속의

그런 꿀 같은 맛은 아닌 듯 싶었다

팥죽 속에 틈틈이 박혀 있던 새알심은

벌써 부화해서 모두 어디로 날아갔는지

별로 눈에 뜨이지도 않는다

재료도 틀리지 않고 색깔도 비슷한데

옛날과 같은 그 맛은 결코 아니었다

 

몇 숟갈 뜨기도 전에 갑자기

오래 전 돌아가 다시 손맛을 볼 수 없는

참 인자하셨던 울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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