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팥죽
- 오 정 방 -
짧을 때보다 밤이 5시간이나 더 긴 동짓날
속까지 다 시원할 동치미를 곁들여
저녁상에 팥죽 한 그릇 별미로 올라왔다
설탕을 조금 뿌릴까 말까 하다가
몸에 이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올라온 그대로 먹어보기로 했다
맛이 없지 않았다
맛이 참 좋다고는 말하였으나
새 맛에 길들여진 내 혀 탓인가
어린 시절에 먹어 보았던 기억 속의
그런 꿀 같은 맛은 아닌 듯 싶었다
팥죽 속에 틈틈이 박혀 있던 새알심은
벌써 부화해서 모두 어디로 날아갔는지
별로 눈에 뜨이지도 않는다
재료도 틀리지 않고 색깔도 비슷한데
옛날과 같은 그 맛은 결코 아니었다
몇 숟갈 뜨기도 전에 갑자기
오래 전 돌아가 다시 손맛을 볼 수 없는
참 인자하셨던 울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반응형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이 가기 전에 / 김용호 (0) | 2022.12.27 |
---|---|
마지막 달력 / 진장춘 (0) | 2022.12.23 |
겨울 숲을 바라보며 / 오규원 (1) | 2022.12.21 |
눈 / 김수영 (0) | 2022.12.20 |
강변역에서 / 정호승 (0) | 2022.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