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눈 / 김수영

덕 산 2022. 12. 20. 15:30

 

 

 

 

 

눈 /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반응형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짓날 팥죽 / 오정방  (0) 2022.12.22
겨울 숲을 바라보며 / 오규원  (1) 2022.12.21
강변역에서 / 정호승  (0) 2022.12.19
생명 / 조병화  (0) 2022.12.18
한 해의 종착역 12월 / 최한식  (1) 202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