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달력 / 진장춘
섣달 달력 한 장이
벽에 붙어 떨고 있다.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다.
달력이 한 장씩 떨어지면서
아이들은 자라고
철이 바뀌고
추억과 상처가 낙엽처럼 쌓인다
마지박 달력이 떨어지면
나무는 나이테를 만들지만
인간의 이마엔 주름이 늘고
인간은 한 해를 역사 속에 꽁꽁 묶어놓는다
새 달력이 붙고
성장과 쇠퇴가 계속되고
그리하여 역사는 엮어진다
크리스마스, 송년모음, 신년회
모임에 쫓겨 술에 취하다 보면
후회할 시간도 없이 훌쩍 세월은 넘어간다
마지막 달력이 남으면
아이들은 들뜨고
어른들은 한숨짓는다
그러면서 또 한 해가 역사 속으로 떨어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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