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겨울 숲을 바라보며 / 오규원

덕 산 2022. 12. 21. 09:01

 

 

 

 

 

겨울 숲을 바라보며 

                       - 오 규 원 -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얻는다.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반응형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지막 달력 / 진장춘  (0) 2022.12.23
동짓날 팥죽 / 오정방  (0) 2022.12.22
눈 / 김수영  (0) 2022.12.20
강변역에서 / 정호승  (0) 2022.12.19
생명 / 조병화  (0) 2022.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