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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 조병화

덕 산 2022. 12. 18. 06:39

 

 

 

 

 

생명 / 조병화

 

당신과 나의 회화에 빛이 흐르는 동안

그늘진 지구 한 자리 나의 자리엔

살아 있는 의미와 시간이 있었습니다.

 

별들이 비치다 만 밤들이 있었습니다

해가 활활 타다 만 하늘들이 있었습니다

밤과 하늘들을 따라 우리들이 살아 있었습니다.

 

생명은 하나의 외로운 소리.

 

당신은 가난한 나에게 소리를 주시고

갈라진 나의 소리에 의미를 주시고

지구 먼 한 자리에 나의 자리를 주셨습니다.

 

어차피 한동안 머물다 말 하늘과 별 아래

당신과 나의 회화의 의미를 잃어버리면

자리를 거두고 돌아가야 할 나.

 

당신과 나의 회화에 빛이 흐르는 동안

그늘진 지구 한 자리 나의 자리엔

살아 있는 의미와 시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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