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 이정하
수제비를 먹으며 왈칵 눈물이 난 것은
뜨거운 김 때문이 아니다
매운 고추가 들어가서도 아니다
어느 해 겨울, 빨갛게 언손으로 내오시던
한 그릇 어머니 가난한 살림이 떠올라서였다
나는 괜찮다 어여 먹어라
내 새끼 배는 안 골려야지
문득 고개 들어보니
분식집 창밖으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날 어머니가 떠먹여주던 수제비 같은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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