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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 양전형

덕 산 2022. 12. 12. 08:55

 

 

 

 

 

십이월 / 양전형 

 

행인들이 이따금 어깨를 움츠린다

언뜻, 가야 할 때임을 알아챈 은행잎들

말없이 욕망의 손 내리더니

무리 지어 허정허정 먼 길 나섰다

아아 해마다 이맘때 도지는 지병

내 안에서 세상을 앓던 수많은 단풍잎들

줄줄이 떨어지는 병

뼈끝까지 시려 온다 또다시 가야겠다

 

그렁그렁한 눈물 탈탈 털어내며

사람아 사람아

가슴이 벌겋게 아린 사람아

내 안에 들어와

함께 별을 헤아리던 사람아

어차피 세상살이는 눈물로 시작되는 것

 

들찬 어깨에 동동 매달리며

한사코 가지 않겠다던

가랑잎의 허튼 맹세는 들먹이지 말자

꽃잎이 늘 바람을 용서하여 왔듯

우리도 한때는

향기 그윽한 어느 꽃들이었듯

쓸쓸한 세상 마냥 품고

뒹굴며 뒹굴며 먼 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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