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 양전형
행인들이 이따금 어깨를 움츠린다
언뜻, 가야 할 때임을 알아챈 은행잎들
말없이 욕망의 손 내리더니
무리 지어 허정허정 먼 길 나섰다
아아 해마다 이맘때 도지는 지병
내 안에서 세상을 앓던 수많은 단풍잎들
줄줄이 떨어지는 병
뼈끝까지 시려 온다 또다시 가야겠다
그렁그렁한 눈물 탈탈 털어내며
사람아 사람아
가슴이 벌겋게 아린 사람아
내 안에 들어와
함께 별을 헤아리던 사람아
어차피 세상살이는 눈물로 시작되는 것
들찬 어깨에 동동 매달리며
한사코 가지 않겠다던
가랑잎의 허튼 맹세는 들먹이지 말자
꽃잎이 늘 바람을 용서하여 왔듯
우리도 한때는
향기 그윽한 어느 꽃들이었듯
쓸쓸한 세상 마냥 품고
뒹굴며 뒹굴며 먼 길 가자
반응형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의 노래 / 이효녕 (2) | 2022.12.14 |
---|---|
12월에 꿈꾸는 사랑 / 도지현 (0) | 2022.12.13 |
12월의 다짐 / 조미하 (0) | 2022.12.11 |
12월의 무언극 / 김종제 (0) | 2022.12.09 |
12월의 일기 / 전진옥 (0) | 2022.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