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 송재학
내가 마셔야 할 독의 양만큼
단풍 화물을 실은 기차가 오긴 했다
내 눈동자 안쪽 갱도에서 서행하는 기차는
증기기관,
여정을 단축하는 기차가 있다면
피를 토하는 기관사도 있다
커브에서 덜컹거리는 게 너무 깜깜하여
붉은색과 노란색이 서로 치명적인 줄 알겠다
멀어져가는 선로가 흑백으로 바뀔 때쯤
간이역이 마중 나왔다
잡목림이 말끔하게 하역한
붉은색과 노란색 음역音域은
간이역 확성기의 힘을 빌려
번질대로 번졌다
단풍에게
붉은색과 노란색은 더 필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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