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그대의 들 / 강은교

덕 산 2022. 8. 22. 13:15

 

 

 

 

 

그대의 들 / 강은교

 

'왜 나는 조그마한 일로 분개하는가'로 시작되는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하네

하찮은 것들의 피비린내여

하찮은 것들의 위대함이여 평화여

 

밥알을 흘리곤

밥알을 하나씩 줍듯이

 

먼지를 흘리곤

먼지를 하나씩 줍듯이

 

핏방울 하나 하나

그대의 들에선

조심히 주워야 하네

 

파리처럼 죽는 자에게 영광이 있기를!

민들레처럼 시드는 자에게 평화있기를!

 

그리고 중얼거려야 하네

사랑에 가득 차서

그대의 들에 울려야 하네

 

'모래야 나는 얼마만큼 적으냐' 대신

모래야 우리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대신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라고

 

세계의 몸부림들은 얼마나 작으냐 작으냐, 라고

 

 

 

 

 

 

 

 

반응형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이 오면 / 안도현​  (0) 2022.08.24
그대의 들 / 강은교  (0) 2022.08.22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하다 / 심성보  (0) 2022.08.21
9월 마중 / 윤보영  (0) 2022.08.19
곁에 머무는 바람 / 신광진  (0) 2022.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