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카사키 짬뽕.

덕 산 2018. 6. 19. 16:06

 

 

 

 

 

 

 

 

박천복(yor***) 2018-06-18 11:12:26

 

후쿠오카지역의 작은 온천마을 사가,

그곳의 무레시노료칸.

다다미방에 앉아 창밖을 내려다보니 작고 아름다운, 연잎으로 가득한 연못이보였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나라와 별로 다를게없는 작은 마을이 보였다.

외형으로만 본다면 우리의 마을이 조금더 발전적인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니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생겼다.

 

단정하고, 깨끗하고, 어떤 품위가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아주 조용했다.

거기엔 차분함과 신중함이 묻어있었다.

 

나쁘게 말하면 활기가 없다고 할수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서두르지않는 차분함, 그러면서도 할 것은 다 하는, 실리를 챙기는 지혜가느껴졌다.

사실 일본의 저력이 이런것임은 회사에서 일본인들과 근무하면서 이미 느꼈던 일들이기도 하다.

 

실력과 생산성에서 다이나믹한 우리보다 월등 앞선게 일본인직원들 이었다.

사가라는 이 작은 온천마을도 실은 그런그들의 뿌리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이 료칸이 기억되는 것은 일본식 저녁 뷔페였다.

음식이 다양하고 정갈했으며 특히 맛이 뛰어났다.

홋카이도와 혼슈지역에서 일본음식을 많이 먹어봤기 때문에 쉽게 비교할수 있었다.

 

내가 비교의 기준으로 삼은게 미소시루일본식된장국이었다.

지역마다, 식당마다, 호텔,료칸 모두가 서로 그 맛이 달랐다.

그리고 나는 집에서도 자주 이 미소시루를 만들어 먹고 있다.

 

규슈지방인 무레시노료칸의 미소시루는 아직까지 먹어본것중 최고였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내가 좋아하는 나라쓰께가 없는점 이었다.

그게 어떤 해외여행이든 식사먹는일은 아주 중요한 즐거움이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후에도 여러곳에서 일본음식을 먹어봤지만 무레시노료칸만큼 맛있는 미소시루는

먹어보지 못했다.

, 어떤 식당이든 밥은 우리것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쌀의 품종을 계속 개량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일본도 똑같이 식탁에서 개봉해 사용하는 물수건이 있다.

내 경우, 우리의 물수건은 물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언제나 한번짜서 쓴다.

그런데 일본의 물수건은 짤 필요가 없었다.

 

여러식당에서 관찰한바 모두가 그랬다.

딱 쓰기좋게 젖어있다는 것, 나는 개인적으로 이 차이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어떤 물건이 쓰기에 알맞은 상태에 있다는 것은 많은 연구가 있었다는 뜻이고 그만큼

제품으로서의 경쟁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작은일 같지만 절대 그렇지않다.

 

 

 

 

 

 

 

어떤 마을을 지나고 있는데 수퍼마켓앞에 커다란 걸이식 풀레카드가 서 있었으며

흰천에 빨간글씨로 크게 스테프모집이라고 쓰여있었다.

알바나 일반직원이 아니라 스텝, 기간사원을 모집하는 광고였다.

일본의 인력난을 실감할수 있었다.

호텔은 다르지만 료칸의 경우 거의모두가 나이많은 여자들이 서브하고 있다.

젊은이를 구할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마을입구에 입간판이 서 있었는데

거기엔 警察官駐在所라고 쓰여있었다.

주재소(지금의 파출소), 일제시대 우린 그 주재소를 피해 다녔고 칼을 차고 주재소에

앉아있는 일본인 순사를 아주 두려워했다.

애가 울면 엄마들은 일본순사온다하고 위협했었다.

그 안내간판을 보는순간 잠깐 그때의 두려움이 스쳐지나갔다.

 

나카사키 원폭자료관은 기대만큼 많은자료가 잘 정리돼 있었다.

이번여행의 주 목적지가 여기였다.

처참한 사진들, 불에탄 물건들, 부상자들이 몰골, 시간이 멈춰선채 반쯤타버린 목재벽시계.

나카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실물모형,

B29 아놀라 게이의 확대사진,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죽은동생을 업고있는 어린 소년이 철로앞에서 앞을

응시하면서 바른자세로 서 있는 흑백사진이었다.

그 사진은 처참한 절망속에서 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이 담겨있었다.

정말 그 사진은 많은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일본학교의 학생들이 계속 줄을이어 교사들의 인솔과 설명을 들으며 이 자료관을

찾고 있었으며 그점 특히 부러웠다.

아픈역사도 제대로 배운다는 자세는 얼마나 중요한것인가.

 

우리는 6.25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지금 교과서에서 6.25를 빼려고 하는 것은 그래서 죄악이다.

나카사키시내, 네거리 코너에 별로 크지않은 식당이 하나있다.

옥호가 나카사키 짬뽕이다.

 

줄을서서 기다린 끝에 들어갈수 있었고 자리는 비좁았다.

그런데 앞에 갖다놓은 짬뽕의 맛은 정말 별미였다.

그렇게 맛이있는 짬뽕은 처음 먹어봤다.

우리처럼 뻘건국물이 아니라 얼핏 월남쌀국수 국물같은 맛이 있었고 생야채도 씹혔다.

 

음식의 양도 일본답지않게 많았고 거기에 구운만두 4개를 겻들여 줬다.

그런데 함께먹을 반찬은 없었다.

이 식당은 아주 유명하다고 했으며 단체관광객은 안 받는다고 했다.

 

비를 계속맞아 옷이 젖었기 때문에 식당에 가면서 방에 비치되어있는 유까다를 입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러사람들이 똑같은 얘기를 했다.

일본사람보다 더 잘 어울린다.’

일본에서 한가닥 하는 사람같다.’

아내도 같은얘길하면서 사진까지 찍었다.

사실 입어보면 유까다는 아주 편한옷이다.

 

특히 온천욕을 한후 입고있으면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널널한 옷이기도 하다.

일본인들이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내 놓는 전통정식이 카이세키.

정말 소꿉장난같은, 작은반찬접시들이 옹기종기 놓여있는 밥상인데 실상은 집어먹을게 없다.

일본음식은 눈으로 먹는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카이세키를 먹은날 우리부부는 방에 돌아와 물을 끓여 가지고 간 컵라면을 먹는다.

그래야 허기를 느끼지 않고 잘 잘 수 있다.

 

 

 

 

 

 

오래전 카이로에 갔을 때 마침 도시외곽에 새 아스팔트길을 깔고 막 차선을 긋는 현장을 지나게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차선이 삐뚤삐뚤하게 그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반듯한 차선을 보던 눈 으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상에 차선하나를 제대로 긋지못하다니,

그러나 그게 그때 카이로의 현실이었다.

지금 우리부부가 거주하고있는 아파트는 현대건설이 시공한 현대아파트로,

동간 폭이넓고 엄청난 나무를 심은 아주 살기좋은 곳이다.

처음 입주하던날 현관문앞에 섰을 때 육안으로도 그 문이 약간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식별할수 있었으며 그 옆에 달려있는 초인종케이스도 약간 기울어져있었다.

 

집안에 들어가 살펴보니

각 방의 벽에 부착된 전기스위치와 보일러 리모컨, 그리고 퓨즈박스의 뚜껑,

도어비디오시스템까지 거의 모든 부착물이 약간씩은 삐둘어져 있었다.

그후 병원등 공공건물에 갈때마다 잘 살펴보니 사정은 비슷했다.

 

때문에 일본을 여행할때마다 자세히 관찰하게 됐고 그들은 거의 모든 부착물의

각도가 정확하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벽에걸린 그림들의 각도도 정확했다.

 

뭐 그런것까지 비교하느냐고 말할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디테일의 차이는 근본적인것이고 기본적인 의미를 가진다.

지금 미군이 가지고있는 정밀유도무기들은 그 정확도와 화력에서 세계최고다.

그런데 각종 유도무기의 정밀유도부품은 거의가 일본제품을 쓰고 있다.

일본제품이 세계최고이기 때문이다.

 

이건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평소 일상에서의 정확도가 그런제품을 만들 수 있는 저력인 것이다.

우리는 아직 이런 최고의 정밀부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일본을 여행할때마다 가지는 근본적인 의문의 하나는 그들과 우리의 비교에서

왜 그들이 우위에 있는가 하는점이다.

생긴것도 거의같은 동양인인데 왜 그들은 2차대전이후 선진국에 진입한 최초의 동양국가가 되었는가.

 

아직 이 문제에 접근한 학자의 글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일본을 욕만하고있지 연구하지 않는다.

특히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손을 대야하는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분명 일본은 우리에게 잘못한 것이 많은 나쁜나라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꼭 배워야할 장점도 많은나라다.

 

이미 일본은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고 우리는 아직

중진국에 머물러있으며 정치적으로는 후진국으로 분류된다.

결국 우리도 선진국 일본의 수준으로 가야한다.

그건 순전히 우리의 노력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평화를 기원하는자는 바늘하나라도 감추어선 안된다.

무기를 가지고서는 평화를 기원할 자격이 없다. 나카사키 평화의 탑.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