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월에 대하여 / 하종오
한낮에 어둠을 앓은 아들에게
체온을 주어버리고 목소리를 주어버리고
투명한 몸만으로 떠다니는 햇빛이
어린것을 불러 순결을 보여주는 모습을
나는 오월이라 생각했다.
이미 자란 꽃나무에 새순 하나 더 싹 틔워
청산이 흙과 물의 힘을 꿈꿀 적
햇보리 익는 들판에 둥실둥실 떠돌며 한 톨
이삭에 영그는 어미아비들 마음을
또다시 오월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러면 어느 해 남도에서 내가 만난 오월은
노여운 얼굴을 하고 길가에 쓰러져
이 시절의 눈물대신 붉은 꽃잎
뚝뚝 떨구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더듬이를 잃은 벌레들이
이슬에 갇혀 사람이 그리워 울고
어린것들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풀물 씹으며 햇빛에게 팔매질하면
나는 오월이라 믿었다.
그 순간부터 들판에 온몸을 바치고도
익은 보리가 되어 살지 못하여
어미아비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노을 녘에
황사바람 일어나 흐려 놓을 때를
언제나 나는 오월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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