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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 대하여 / 하종오

덕 산 2026. 5. 3. 10:24

 

 

 

 

오월에 대하여 / 하종오

한낮에 어둠을 앓은 아들에게

체온을 주어버리고 목소리를 주어버리고

투명한 몸만으로 떠다니는 햇빛이

어린것을 불러 순결을 보여주는 모습을

나는 오월이라 생각했다.

이미 자란 꽃나무에 새순 하나 더 싹 틔워

청산이 흙과 물의 힘을 꿈꿀 적

햇보리 익는 들판에 둥실둥실 떠돌며 한 톨

이삭에 영그는 어미아비들 마음을

또다시 오월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러면 어느 해 남도에서 내가 만난 오월은

노여운 얼굴을 하고 길가에 쓰러져

이 시절의 눈물대신 붉은 꽃잎

뚝뚝 떨구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더듬이를 잃은 벌레들이

이슬에 갇혀 사람이 그리워 울고

어린것들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풀물 씹으며 햇빛에게 팔매질하면

나는 오월이라 믿었다.

그 순간부터 들판에 온몸을 바치고도

익은 보리가 되어 살지 못하여

어미아비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노을 녘에

황사바람 일어나 흐려 놓을 때를

언제나 나는 오월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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