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8월 / 오세영

덕 산 2025. 8. 2. 06:15

 

 

 

 

8월 / 오세영

8월은 분별을
일깨워 주는 달이다.
사랑에 빠져
철없이 입맞춤하던 꽃들이
화상을 입고 돌아온 한낮,
우리는 안다.
태양이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저 눈부신 하늘이
절망이 될 수도 있음을,
누구나 홀로
태양을 안은 자는
상철 입는다.
쓰린 아픔 속에서만 눈뜨는
성숙,
노오랗게 타 버린 가슴을 안고
나무는 나무끼리
풀잎은 풀잎끼리
비로소 시력을 되찾는다.
8월은
태양이 왜,
황도(黃道)에만 머무는 것인가를
가장 확실하게
가르쳐 주는 달.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오는 여름 / 정민기  (6) 2025.08.05
8월 / 김귀녀  (1) 2025.08.03
팔월 / 전봉건  (6) 2025.08.01
성하盛夏의 계절 / 정심 김덕성  (0) 2025.08.01
오래된 기도 / 이문재  (2)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