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처치 안 받으면 사망도… ‘대동맥 박리’ 때 환자가 해야 할 것은?
신소영 기자 입력 2025.04.29 05:30
심장에서 나와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대동맥은 우리 몸에서 가장 굵고 중요한 혈관이다. 쉽게 말하면 혈액이 흐르는 고속도로 같은 곳이다. 이 혈관이 찢어지는 질환인 ‘대동맥박리’는 발병 즉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수 시간 내 응급 처치를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응급질환이다. 대동맥박리는 왜 생기고, 누가 특히 주의해야 할까?
◇혈관 노화∙고혈압이 원인… 극심한 통증 나타나
대동맥박리는 대동맥의 안쪽 벽이 찢어지면서 혈관벽 사이에 혈류가 파고드는 질환이다. 대동맥은 내막·중막·외막의 3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내막이 찢어지면서 중막과 외막 사이로 혈액이 흐르면 박리가 발생한다. 이때 찢어진 틈으로 유입된 혈류가 혈관을 압박하면서 장기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게 되거나, 혈관이 파열돼 출혈성 쇼크가 생기기도 한다.
대동맥박리의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에 따른 혈관 노화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벽이 약해지고, 여기에 고혈압이 겹치면 내막이 찢어질 위험이 커진다. 유전성 질환인 마르팡증후군이나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을 앓는 사람도 대동맥박리 발생 위험이 높다. 일반적으로 60대 이상에게 흔하지만, 유전질환이 있는 경우 30~40대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다.
대동맥박리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특히 조심해야 할 고위험군이 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혈관외과 주현철 교수는 “고혈압을 오랫동안 방치했거나 조절이 잘되지 않는 사람, 대동맥 확장증(대동맥 직경이 정상보다 1.5~2배 이상 커진 상태) 환자, 그리고 대동맥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전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젊은 나이에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어 평소 대동맥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동맥박리는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시작된다. 주현철 교수는 “환자들은 칼로 가슴을 베는 것처럼 심한 통증을 느끼는데,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통증이라고 말할 만큼 그 강도가 심하다”며 “상행 대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주로 가슴 통증이, 하행 대동맥에 이상이 생기면 복부나 허리 통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혈류 공급이 차단되면 심근경색, 심정지, 사지 마비, 의식 저하 등 심각한 합병증도 동반될 수 있다. 평소 고혈압이 있거나 대동맥질환 가족력 또는 동맥경화, 대동맥확장증이 있는 경우 갑자기 통증이 발생했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빠르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CT진단 후 A형∙B형 따라 치료 달라
문제는 대동맥박리가 다른 질환과 증상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흉통은 협심증으로, 허리 통증은 디스크로, 의식 변화는 뇌졸중으로 오인될 수 있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대동맥은 외부에서 만져지거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영상검사가 필수다. CT(컴퓨터단층촬영)로 대동맥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 시 심초음파로 심장 주변의 박리 여부를 확인한다.
치료는 대동맥박리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상행 대동맥을 포함한 A형 박리는 급사의 위험이 매우 높아 48시간 이내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 반면 상행 대동맥을 포함하지 않는 B형 박리는 혈류가 안정적인 경우 약물치료로 혈압을 조절하면서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대동맥이 더 늘어나거나 혈류 장애가 발생하면 스텐트 시술이나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대동맥박리를 예방하려면 평소 철저한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정기적인 대동맥 검진이 필요하며, 확장증이 있다면 정해진 주기마다 CT를 촬영해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주현철 교수는 “특히 젊은 환자들이 고혈압을 경시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나이에 발생한 고혈압이 더 위험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흡연은 대동맥에 절대 좋지 않은 요인이므로 금연이 필수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4/28/20250428029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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