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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밟으며 / 정연복

덕 산 2024. 11. 17. 08:32

 

 

 

 

 

낙엽을 밟으며 / 정연복

 

한철 그리도 푸른빛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던

무성한 잎새들

한 잎 두 잎 쓸쓸히

낙엽으로 지면서도

알록달록 폭신한 카펫을 깔아

세상을 오가는 이들의 발길 아래

제 마지막 생을 바치네.

인생의 사계(四季) 중

어느 틈에 가을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으니

이제 이 목숨도

낙엽 되어 질 날

그리 멀지 않았으리.

지나온 세월이야

더러 회한(悔恨)으로 남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일

내 생의 나머지는

그 무엇을 위해 빛나다가

고분고분 스러져야 하는가.

휘익, 한줄기 바람이 불어

몇몇 남은 잎새들 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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