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도 선수도 문제 있다.
오병규 2024-08-10 07:01:34
참으로 가관이다. 어떻게 보면 부모가 자식을 앞세워 호의호식하려는 것 같기도 그 반대로 자식이 부모의 비행을 세상에 폭로하며 저 만의 이익이나 권위를 챙기려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
.
먼저 이런 고사를 하나 들려주고 싶다. 물론 이런 고사 인용은 여러 차례 써먹은 고사다 .
.
오기(吳起 )라는 인물이 있었다 . 손오병법 (孫吳兵法 )이라는 게 있다 . 손 (孫 )은 당연히 병법의 대가 손자 (손무 )를 얘기하는 것이고 , 오 (吳 )가 바로 오기 (吳起 )를 칭하는 것이다 . 본시 오기는 위 (衛 )나라 사람이었다 . 그러나 그의 장재 (將材 :장군감 )됨을 알아주지 않는다 . 아무튼 여러 나라를 전전하다가 위 (魏 )나라에서 그를 고액 연봉으로 스카웃 한다 .
.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전쟁에 나가면 무조건 승리를 한다. 그가 한참 다른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데 , 어느 날 한 병사가 종기로 고통을 겪는 안타까운 광경을 발견했다 . 오기는 주저하지 않고 다가가 입으로 고름을 빨아냈다 . 병사의 어머니는 그 소식을 듣고 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 .
.
의아한 이웃들이 통곡하는 여인에게 물었다.“당신 아들은 병사에 불과하지만 , 오 장군께서 친절하게 고름까지 빨아내 주셨는데 , 감사 대신 통곡이 웬일이오 ?” 병사의 모친이 말했다 . “그렇지 않아요 . 이전에 오 장군이 그 애 아비의 고름을 빨아낸 일이 있었지요 . 그러자 감격해서 오 장군을 위해 생명을 바친다고 , 전선에 나가서는 형세가 불리해도 후퇴하지 않고 싸우다 전사했어요 . 이번에는 아들까지 그렇게 되겠으니 슬퍼 우는 거요 .” 이상의 고사 (古事 )를 연저지인 (吮疽之仁 )이라고 합니다 . 즉 몸에 난 종기를 입으로 빨아 주는 인자함이란 뜻이다 .
.
또 이런 얘기도 있다. 춘추시대 송민공 (宋民公 )때 일이다 . 남궁장만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 항우가 역발산의 기개세라면 남궁장만은 원조 역발산기개세 하는 장수였다 . 남궁장만 (南宮長萬 )은 어릴 때부터 궁궐을 무시로 드나들며 송민공과 함께 자랐고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허물이 없는 사이였다 . 언젠가 제나라와 노나라가 전쟁이 났을 때 제나라의 원조 요청으로 송민공은 제일가는 장수 남국장만을 파병했지만 운수가 사나웠던지 남궁장만은 노나라에 포로가 되고 말았다 . 그 후 제나라와 노나라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남궁장만 역시 자신의 나라인 송나라로 송환이 된 것이다 .
.
남궁장만이 송환 된 다음 송민공은 남궁장만을 놀려대기 시작했다. 말끝마다 ‘포로 된 자가 부끄럽지도 않느냐 ?’는 식으로 ....사실 송민공의 이 놀림은 악의 (惡意 )는 없었던 것이다 . 그러나 매번 듣는 남궁장만은 부끄럽고 쪽팔리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는데 , 송민공은 이런 남궁장만의 모습이 더 재미있었던 것이다 . 군 (君 )이 신 (臣 )을 가지고 체통도 없이 놀려 먹었으니 군신유의 (君臣有義 )가 아니라 군신유희 (君臣遊戱 )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
.
송민공은 박포장기 급에 속할 만치 장기에 일가견이 있었다. 남궁장만 역시 장기라면 누구에게 지지 않을 실력의 소유자였지만 송민공의 그것에는 한 수 아래였다 . 두 사람이 하루는 대궐에서 지는 사람이 벌주를 큰 말 술로 한 잔씩 하는 조건을 달고 장기시합을 벌이기로 했다 . 그런데 실력이 한 수 위인 송민공이 내리 세 판을 이겼고 , 남궁장만은 약속에 따라 벌주를 세말이나 마신 터이다 . 이미 취기도 오르고 몸도 가누기 힘들었지만 오기가 발동하여 한판만 더 두자고 송민공에게 졸랐다 . 그러자 송민공은 ‘포로 되었던 자가 감히 또 덤비겠느뇨 ?’라며 놀려대기 시작한다 . 술도 취하고 이성도 잃어버린 남국장만은 일순간 분기탱천하며 수십 근 나가는 장기판을 들어 송민공의 면상을 향해 집어던짐과 동시 송민공의 ...(이하 생략 )
.
.
"안세영 , 비즈니스석 요구 ...눈높이가 손흥민 ·김연아급 " 협회 발언 파장
“불합리한 현실과 싸우는 안세영 … 협회 어른스럽지 못해 ”
배드민턴협회 임원 축협보다 많은데 기부금 ‘0원 ’… “비즈니스는 안 타 ”
안세영이 말 아낀 이유…"다른 선수들께 죄송 , 올림픽 끝나고 말할 것 "
https://wom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233
.
이 꼬락서니가 뭐냐? 도대체가 목불인견 (目忍見 )의 꼬락서니다 . 선수나 장수는 소모품이 아니다 . 국가나 협회가 아무렇게나 선임해서 전장 (戰場 )이나 올림픽에 내 보내고 승리하든 패하든 장수나 선수에게 책임을 돌리고 전가해서는 안 된다 . 최종적인 책임은 국가나 협회가 져야 하는 것이다 .
.
연저지인을 하라는 게 아니다. 전쟁에 임하는 장수에게 제대로 보급을 해 주어야 하고 대표 선수에게 승리를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제대로 해 주어야 한다 . 전쟁에 이기면 장수를 위무 (慰撫 )하지 않고 국가가 공을 차지하고 , 협회 소속의 선수가 그동안 불만이 많은데 메달을 따면 선수 보다 협회의 인사들이 생색을 얼마나 냈으면 자신의 선수생활 전부를 걸고 비위를 폭로했을까 ?
.
아무리 양보를 해도 협회나 선수 모두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 없이 자신들의 욕심만 채우려는 잔망(殘亡 )스런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
협회장이라는 인물도 그렇다. 웬만한 협회의 회장이라면 대기업이나 재벌기업들이 맡아서 선수들을 보살피는데 현 배드민턴 협회장이라는 인물이 과연 그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다 . “배드민턴협회 임원 축협보다 많은데 기부금 ‘0원 ’”이란다 . 연저지인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 공을 세우고 돌아온 장수에게 막걸리 한 대포도 위로할 수 없다면 그 장수가 기분이 어떨까 ?
.
선수도 그렇다. 자신이 아무리 그 종목에 혁혁한 공을 세웠어도 집안 문제는 집안에서 해결할 문제다 . 그런 낯 붉어지는 문제를 올림픽이 벌어지는 현지에서 폭로를 하면 임팩트는 있을지 모르지만 집구석 망신당하는 건 생각을 왜 못할까 ? 더 하여 다음 올림픽에 못 나가면 해외로 귀화를 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한다 . 얼핏 듣기엔 이미 다른 나라의 유혹을 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글쎄다 . 몇몇 인기 종목의 선수들이 조국을 배신하고 타국으로 귀화를 했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 스스로 살펴 볼 일이다 .
.
끝으로 찌질한 협회는 이미 다음 LA 올림픽에 선수 자격을 박탈하겠단다 . 한마디로 우는 아이 귀싸대기 때린 셈이다 .
.
다시 한 번 더 얘기하지만, 매사에 연저지인 하자는 것도 아니지만, 군신유의 (君臣有義 )가 아니라 군신 (君臣 )간에 유희 (遊戲 )를 했다간 서로 망하는 길이다 .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추 농사와 우리 마누라(1) (0) | 2024.08.14 |
---|---|
이젠 비교 대상 조차 어려운 것 같다. (0) | 2024.08.13 |
지도자 복 지지리도 없는 나라 (0) | 2024.08.11 |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 사명감 (0) | 2024.08.09 |
선수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답해야 한다. (0) | 2024.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