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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뇌동맥류 취약… 파열 두렵다면 흡연·고혈압·과음 피해야"

덕 산 2024. 6. 2. 08:56

 

 

 

 

 

"한국인, 뇌동맥류 취약… 파열 두렵다면 흡연·고혈압·과음 피해야"

 

신은진 기자 입력 2024.05.27 08: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뇌동맥류 명의' 노원을지대병원 신경외과 김재훈 교수

故 강수연 배우가 뇌동맥류로 사망한 지도 2년이 지났다. 화창한 5월에 건강 해보였던 젊은 배우가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뇌동맥류는 노인, 겨울철 질환이라는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물론 뇌동맥류는 남의 일이라고 여기고, 20~30대 때와 다름 없이 살아가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고 싶지 않다면 뇌동맥류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 노원을지대병원 신경외과 김재훈 교수를 만나 뇌동맥류의 예방과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뇌동맥류는 어떤 질환인가?
뇌동맥류는 주로 동맥의 전방과 후방을 연결하는 부위(동맥 분지부)에 뇌혈관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어 있는 것을 말한다. 동맥 분지부에 가해지는 혈액학적 부담과 혈관이 딱딱해지는 죽상경화성 변성에 의한 혈관 손상 등으로 인해 혈관이 튀어나오는 것인데, 이것이 터지만 뇌출혈이 된다.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는 다르다.

-원인이 뭔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각종 기저 질환 외에도 가족력이나 두부외상 등이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만 알려졌다.

다만, 뇌동맥류 발병 위험 상승 요인은 있다. 흡연과 고혈압은 뇌동맥류 발병 위험을 각 2.5배 높인다. 지나친 음주도 뇌동맥류 발병을 2.1배 높인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인은 인종적으로 서구(코카시안)보다 뇌동맥류 발병 위험이 크다.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국민의 건강정보가 잘 정리된 편이라 뇌동맥류 환자가 많이 발견된 영향도 있겠으나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유전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뇌동맥류는 유전적 영향이 상당하다. 직계가족(부모, 형제, 자녀) 중 뇌동맥류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4배 상승한다고 보고된다.

그 외에도 두부외상 경험자, 상염색체 우성 유전 다낭성 신질환자, 전신 결합조직 질환자, 신경섬유종증이 있는 경우, 여성, 30세 이상인 경우에 뇌동맥류 발병 위험이 상승한다.

-뇌동맥류 파열 위험도 더 큰가?
파열은 각 환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고혈압 등 기저질환 여부, 동맥류의 크기, 위치, 모양 등에 따라 파열 위험도가 달라진다. 물론 뇌동맥류 발병 위험 요소가 있으면 파열위험도 더 크다.

-뇌동맥류 파열이 생기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동맥 파열로 인한 뇌압상승으로 단시간에 뇌손상을 유발하며, 급사나 의식저하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 뇌동맥류 파열은 대부분 전조증상이 없다고 알려졌는데?
동맥류의 위치 때문에 뇌동맥류 파열의 전조증상 여부를 두고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동맥류가 어디에 어떤 크기로, 얼마나 많이 생기느냐에 따라 전조증상은 없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뇌동맥류의 전조증상이라 알려진 '벼락 두통'도 사실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는 어려운 증상이다. 전조증상으로 두통을 겪었다는 환자는 5~40%로 조사된다. 즉, 인과관계를 알기 어렵단 뜻이다.

사람의 주요 뇌혈관은 뇌 안에 없다. 우리 뇌는 경막-지주막(중간막)-연막 등 총 3개 막으로 나뉘는데, 지주막 아래에 주요 혈관과 뇌척수액이 흐른다. 여기는 공간(space)이 확보되어 있기에 뇌동맥류가 생긴다고 해도 뇌 자체엔 압박이 가해지지 않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지주막 아래라고 해도 뇌동맥류의 크기가 10mm 이상이거나 뇌의 뿌리 부분에 뇌동맥류가 생기는 경우 등이라면 뇌와 신경이 압박을 받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맥후방(후교통동맥) 3번 신경 근처에 뇌동맥류가 생기면 동공이 커지거나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는 안검하수 유사 증상이 생긴다.

-전조증상이 없다보니 뇌동맥류는 대개 파열 후 발견된다. 파열 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하나?
뇌동맥류 파열의 치료는 재출혈을 막는데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 일단 동맥이 파열되면 뇌압이 상승하기에 뇌압을 조절한다. 단기간에 뇌압이 상승하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뇌 손상이 발생, 급사하기도 하고 위기는 넘겼으나 심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뇌압을 떨어뜨리면 출혈이 다시 발생할 수 있어 재출혈을 막고자 코일색전술이나 클립결찰술 등을 시행한다.


-코일색전술이나 클립결찰술은 어떤 차이가 있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을까.
가장 큰 차이는 개두술 유무다. 코일색전술은 혈관 내 치료이며, 결찰술이 개두술이다. 어느 쪽이 더 낫다 할 수 없다.

지주막하 출혈에 그치지 않고 뇌 실질부까지 출혈이 발생했거나 코일색전술이 불가능한 정도로 혈관이 약하거나 항응고제를 복용해 반드시 개두술을 해야 하는 경우 등 특정 수술법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상태일 땐 이 방법만 사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각 치료법의 적응증이 고정된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환자의 상태, 동맥류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의료 기관이나 의사에 따라 선호되는 치료법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좋은 건 뇌혈관 신경외과 의사의 판단을 믿고 따른 치료법이다.

각 치료법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코일색전술은 다양한 크기와 소재의 코일이 개발되면서 더 섬세한 시술이 가능해졌다. 과거엔 3mm가 가장 작았는데 최근엔 1mm, 1.5mm 코일도 등장했다. 개두술도 수술 테크닉이 세련되어지고 수술 장비가 발전해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뇌동맥류가 파열되지 않을 땐 어떤 치료를 하나?
위험인자 관리가 첫 번째다. 뇌동맥류 파열은 인종, 나이, 성별처럼 바꿀 수 없는 요인도 영향을 주지만, 흡연과 고혈압, 음주 등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요인도 있다. 흡연과 고혈압, 음주는 뇌동맥류 발병과 파열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다.

-비파열 뇌동맥류는 시술이나 수술을 반드시 할 필요가 없는 건가?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가 발견됐다면, 위험인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술이나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뇌동맥류는 모양이나 위치, 개수 등에 따라 파열위험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고 위치도 나쁘지 않다면 위험인자 관리를 하며 추적관리를 할 수 있겠으나 크기도 크고, 파열 위험도 큰 모양이라면 처치가 필요하다.

비파열 뇌동맥류 치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뇌동맥류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환자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유발할 수 있고,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친다. 뇌동맥류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우울, 스트레스가 커져 경과가 더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시술이나 수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하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 관리가 필수다. 시술이나 수술을 했다고 해서 거기서 끝이 아니다. 뇌동맥류는 파열되지 않게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파열 및 재파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코일 색전술(스텐트 사용)을 했다면 항혈소판제 복용도 필요하다.

뇌동맥류는 아무리 잘 시술·수술했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곳에 또다시 생길 수 있다.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의사와 상담하며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조기발견을 통한 관리가 가장 중요해 보인다. 검진 외의 방법이 있을까?
안타깝지만 검진 외에는 뇌동맥류를 발견할 방법이 없다. 뇌동맥류 가족력이 있거나 뇌동맥류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 질환이 있는 경우, 조기 혈관 촬영을 권고한다. 이와 같은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50세 이상일 때 뇌혈관 촬영을 권고한다.

-뇌동맥류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뇌동맥류 관리법과도 같다. 위험인자 관리가 필수다. 술·담배를 끊고, 고혈압 등 기저질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뇌동맥류 파열 경험자와 뇌동맥류 시술·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려움을 극복하고 치료받은 환자 및 가족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뇌동맥류가 다른 뇌혈관 부위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위험 인자 관리와 정기적인 외래 진료를 받길 바란다.

김재훈 교수는
한양대의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받고 2006년부터 을지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김재훈 교수는 뇌혈관 및 종양학, 두부외상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으며, 뇌동맥류 파열과 출혈과 관련한 다수의 연구를 진행했다. 2009년 대한신경외과학회 이헌재 학술상, 2013년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아스텔라스 학술상, 2015년 대한뇌혈관외과학회 한미약품 학술상, 2018년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명지성모 남천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 홍보이사를 역임했으며, 대한 뇌혈관 외과학회 및 대한 뇌혈관내 치료의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5/24/20240524022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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