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날리는 날 / 이도윤
늙은 농부 주먹 같은 앞산이
첫눈 오기 전 맡겨놓은 어린 식구들
오늘 아침 눈 떠 보니 모두 돌아가버리고 없다
창 안에 남은 나만이 폐허였구나
가슴에 찬 눈물 고여
이제는 저 풀잎도 새로운데
사무친 그리움은 나이를 먹지 않는가
눈 무르게 보고싶은 옛 사람아,
단 한번 세상 구경에 해탈한 얼굴
고해성사도 없이
꽃은
한겹씩
적삼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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