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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교향곡 / 김종제

덕 산 2012. 10. 31. 15:14

 

 

 

 

 

 

환상 교향곡 

              - 김 종 제 -



11월 늦은 가을 길은 오선지

낙엽으로 그려 넣은 악보가 있다


낮은 음표의 은행잎 하나

높은 음표의 오동나무 잎 하나


한 걸음씩 황금빛 음표를 밟으면

수많은 악기의 선율이 들리고

환상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린다


지휘봉 흔들듯

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음의 자리가 바뀌면서

낙엽 부딪히는 곡조가


적멸에 들어선 듯 부활로 나서는 듯

치명적인 독인 듯 단번에 낫는 약인 듯

침묵으로 앉은 듯 함성으로 선 듯

물속에 빠진 듯 불속으로 걸어가는 듯


감미로운 듯 구역질할 듯

한 곳에 마음 둘 수 없는 낙엽들의 선율

한 겨울에 비 쏟아지는 듯

한 여름에 눈 퍼붓는 듯


절망에 햇살 비추는 듯

희망에 어둠 내려앉는 듯


선한 것처럼 또한 악한 것처럼

머리까지 진흙에 빠진 것처럼

두 팔 활짝 펼치고 날아가는 것처럼


늦은 가을 길 걸어가노라면

황금빛 환상의 교향곡이 들린다

문득, 제 귀를 자른 반 고흐가

제 귀를 틀어막은 베토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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