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교향곡
- 김 종 제 -
11월 늦은 가을 길은 오선지
낙엽으로 그려 넣은 악보가 있다
낮은 음표의 은행잎 하나
높은 음표의 오동나무 잎 하나
한 걸음씩 황금빛 음표를 밟으면
수많은 악기의 선율이 들리고
환상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린다
지휘봉 흔들듯
바람 한 줄기 불어오면
음의 자리가 바뀌면서
낙엽 부딪히는 곡조가
적멸에 들어선 듯 부활로 나서는 듯
치명적인 독인 듯 단번에 낫는 약인 듯
침묵으로 앉은 듯 함성으로 선 듯
물속에 빠진 듯 불속으로 걸어가는 듯
감미로운 듯 구역질할 듯
한 곳에 마음 둘 수 없는 낙엽들의 선율
한 겨울에 비 쏟아지는 듯
한 여름에 눈 퍼붓는 듯
절망에 햇살 비추는 듯
희망에 어둠 내려앉는 듯
선한 것처럼 또한 악한 것처럼
머리까지 진흙에 빠진 것처럼
두 팔 활짝 펼치고 날아가는 것처럼
늦은 가을 길 걸어가노라면
황금빛 환상의 교향곡이 들린다
문득, 제 귀를 자른 반 고흐가
제 귀를 틀어막은 베토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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