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추분을 지나는 낙엽은 / 류외향

덕 산 2012. 10. 31. 14:49

 

 

 

 

 

추분을 지나는 낙엽은 

                     - 류 외 향 -



추분을 지나는 낙엽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감추고 있는가

저리도 즐겁게 무덤으로 몰려가는 낙엽이

열어 놓은 길 위로

거듭되는 안개,

사람은 마음의 가장 엷은 쪽이 안개에 젖는다


추분을 지나는 사람의 마음은

한 그루 나무를 톱질 한다

시간의 순라꾼들이 밑동을 차며 지나가고

잘 단장된 장례 행렬이

흙을 실어 간다

마음이 가라는 쪽이 어딜까

마지막으로 빈 나뭇가지가

조금 뒤척 인다


차가운 날이 시작되고

새들의 목 발질 소리,

허공의 두꺼운 웃음소리

들으며 조금씩 흔들리고

조금씩 젖으며

약속하지 않은 곳으로 간다


어디까지 가시나요

바람이 슬쩍 옆구리를 찌르며 묻는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십일월(十一月)의 저녁 / 김 억  (0) 2012.10.31
들숨 날숨 / 임문석  (0) 2012.10.31
남에게 베푸는 삶  (0) 2012.10.31
人生에 도움 되는 충고 모음   (0) 2012.10.31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 이외수  (0)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