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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유용주

덕 산 2023. 9. 28. 21:53

 

 

 

 

추석 / 유용주

빈집 뒤 대밭 못미처
봐주는 사람 없는 채마밭 가
감나무 몇 그루 찢어지게 열렸다
숨 막히게 매달리고 싶었던 여름과
악착같이 꽃피우고 싶었던 지난 봄날들이
대나무 받침대 세울 정도로 열매 맺었다
뺨에 붙은 밥풀을 뜯어먹으며
괴로워했던 흥보의 마음,
너무 많은 열매는 가지를 위태롭게 한다
그러나 거적때기 밤이슬 맞으며
틈나는 대로 아내는 꽃을 피우고 싶어 했다
소슬한 바람에도 그만 거둬 먹이지 못해
객지로 내보낸 자식들을 생각하면
이까짓 뺨 서너 대쯤이야
밥풀이나 더 붙어 있었으면
중 제 머리 못 깎아
쑥대궁 잡풀 듬성한 무덤 주위로
고추잠자리 한세상 걸머지고 넘나드는데
저기, 자식들 돌아온다
낡은 봉고차 기우뚱기우뚱
비누 참치 선물세트 주렁주렁 들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