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물억새
- 김 승 기 -
겨울로 치닫는 강둑
젖은 안개가 내려앉았다
피돌기를 멈추고 굳어진 팔다리
통증이 시커멓게 물결치고 있다
바람이 물기를 거두어 가도
군데군데 뭉쳐지고 구겨진
하얀 손수건
이젠 깃발의 소명도 끝나고
젖은 목화솜처럼
가느다란 줄기 끝에 매달려
힘겹게 햇살을 밀어내고 있다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바람만 가득한
겨울가뭄
언제 끝이 나려나
새파래진 입술로
하늘이 부르르 떨고 있다
별빛이 물장구치던 강
그 강물도 곧 얼겠지
그래도 얼음장 밑으로는
빙어 떼 뛰노는 물이 흐르겠지
은어 돌아오는 강어귀 바라보며
싸락눈 쌓이는 아픔으로
이렇게 또 겨울강을 건너야 한다
한낮에도 걷히지 않는 안개
자꾸만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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