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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발길 / 마종기

덕 산 2022. 11. 6. 11:08

 

 

 

 

 

11월의 발길​

              - 마 종 기 -

 

여름의 신열을 내리려고

나무는 한 달째 잎을 털어내고

며칠째 계속 해열제까지 써도

큰 서리 내리기 전, 가지를

다 비우기는 힘들겠다.

 

그래도 잎이 대강 떠난 나무,

눈치껏 많은 빈자리에 아우성

감들이 찾아와 매달렸다.

늘 그랬다. 누군가 떠나야

남아 있는 발길이 쉽다.

 

공중에 떠다니는 미풍까지

감의 모든 틈새를 채우고 있다.

감꽃이 지고부터는 내내

그늘에 숨어서 가는 숨 쉬며

떫은 세상의 맛을

달래고 어루만져주던 손,

씻고 닦아주던 하늘의 손.

 

추워야 단맛이 들고

며칠은 하늘이 높아야

감색이 더 환해진다는데

단맛과 색이 살고 있다는 곳,

가을이 새끼를 친다는 나라로

서리 헤치며 길 떠나는

평생을 달고 고왔던 내 친구.

 

올해는 그 정든 발소리까지

흥이 나는 듯 장단이 맞네.

담담한 저녁녘의 11월이 떠나고

잘 자란 감이 나무와 이별하면

우리들 나이에는 단맛이 들겠지.

한 목숨의 순결처럼 말없이

먼저 떠난 하늘에서는 해가 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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