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흥서(khs***) 2017.05.13 21:56:57
한참 일일연속극 을 들여다보았다. 아내가 빠져 있는 일일 연속극엔 무언가 가정주부나
여자를 홀리는 무엇이 있는 듯해 잠시 아내 곁에 앉아 점수도 좀 따 둘 심산이다.
악독하게 굴던 어떤 여자주인공이 치매에 걸렸다. 자식에 대한 갈망을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매달리듯
풀어놓는 모습을 보았다. 용서라는 단어는 치매라는 병 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예전에는 치매라는 말 보다는 "망령이 들었다"라고 말했었다.
늙은 부모님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다거나 일상의 행동보다 다른 무의식적인 행동을 보일 때 그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가 많이 듣고 말하고 두려워하는 병이 치매다.
매형이 외출에서 돌아올 때 지갑을 어디에 두고 집에 왔다며 누나가 큰 걱정을 했다.
얼마전에도 지갑을 잃어버리고 왔는데 아찌 어찌 해서 돌려받긴 했다지만 다시
그런 증상을 보여 큰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며 전화 속에서 가슴을 친다.
장복 하는 약도 매 삼끼를 정해 놓고 먹으라 해야 하고 일상 모든 것들을 일일히
참견을 해야 한다며 작은 탄식이다. 누나의 나이가 이제 85세 남편 뒷바라지가 버거울 나이도 되었다.
얼마 전 가족모임을 주선했었다. 외형상으로 보면 아무런 별반 달라진게 없어 보였다.
언제나 근엄하고 자상하며 정의롭던 매형이였다. 회식을 하는 동안 똑같은 질문을
아마도 열 번도 넘게 했던 기억이다. 곁에 있던 누나가 말렸지만 그것조차 기억을
하지 못한 듯 또 다시 물었다. "자네가 몇 살이지..?"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이지?"
일일히 대답해 드렸지만 매형의 질문은 끝이 없었다. 그래도 옛것에 대한 기억은 조금
남아있어 전철을 타고 옛날 살던 집근처에 가서 점심을 사먹고 돌아오는 것은 정상인처럼 했지만
단기 치매로 금방 한 일 조차 잊어버리는 게 조금씩 심각하다며 누나는 전화 속에서 한탄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착한 치매이기에 가족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 폭력을 쓰는 일은
전혀 없지만 자주 되묻고 잠시 전에 한 말조차 잊어버림으로 오는 가족의 고통을 이해했다.
가끔 제정신이 돌아오면 지나온 날들의 기억을 더듬으며 일목정연 하게 말을 하다가도
언제 그랬냐 식으로 깜빡 거리는 모습은 가히 안타까운 일이라 했다.
"애들을 불러다가 이야기좀 합시다" 아마도 자신의 사후를 위한 가족회의를 주문하는 것 같다며
치매증상에도 잠시 일상을 되찾으며 죽음을 준비하려는 그 마음이 언제 잊혀질지 모른다 했다.
우린 모두 사랑하는 사람과 지나오면서 맺고 풀던 기억들을 사랑하며 살아야 행복하다 말할 수있다..
그러나 그런 기억들이 사라지면 존재의 가치까지 상실하게 되어 살아있어도 살아 있슴을 유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외딴 병원에 보내어 살아있는 가족 자신들의 삶을 편히 영위함 역시 너무 인정머리 없는
일일 듯해 멈칫거린다. 자신을 나아주고 키워준 부모의 치매가 가족의 분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
동감하여 나 역시 어느 날 아들에게 말했다. "만일 내가 더 나이 들어 치매가 지독히 와서 과거를 모두 잊는 다면
치매 요양시설로 보내라" 그렇게 말하며 잠시 가슴에 찌르르르 슬픔 같은 게 지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치매가 걸리지 않기 위한 정보를 읽고 보태며 부단하게 노력한다. 아내도 치매와 노년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열심히 준비하여 맛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식단을 열심히 준비함으로 치매가 우리들에게 오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가끔 나나 아내가 건망증으로 번거로워 할 때는 서로 독려하고 보듬어 각인시키는
일 역시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열심히 글을 쓰려 자판을 두두리고 사람과 대화하고 치매에
좋은 음식을 먹고 맑은 바람 맑은 물을 마시는 것이 지금의 일상생활 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것 바라본 종교를 향한 일편담심의 마음을 다독인다. 마음에 남아있는 분노와 욕심과
지난날의 위선적었던 삶의 그림자 같은 것들을 버리려 많이 노력한다. 일과가 끝나고 잠들기 전에
조용히 앉아 불경을 외우고 염주를 돌리며 지나간 시간동안의 변함없는 건강을 지키게 해준 부처님께
감사하고 더 많은 것을 비우고 지우려 노력한다. 우리의 삶이 전생의 업보를 따라 이어짐을 알기에 현생에
더 많은 죄를 짖지않고 착하게 살려는 마음가짐도 역시 늘 탄탄히 주문한다.
운명의 시간이 언제 다가올지 몰라도 지금 현재에 삶을 최후의 시간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최선의 방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모두다 조금씩 멀어진 거리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는 아내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
누울 수 있는 집과 걸어 들어올 수 있는 마당과 내 집을 지켜주는 나무와 숲 그리고
지천으로 소리 없이 피고 향기를 날려주는 꽃들에게도 늘 감사한다.
욕심을 버리는 게 제일로 어렵다 생각한다. 자식에게 또 나의 존재에게 남기고 가려는 집착과
탐욕 같은 아집이 아직도 남겨져 있는듯해 오월 바람이 지독히 부는 날 뒷동산에 올라 가슴을 펴고 말했다."
내 속에 담겨진 것들을 모두 싣고 날려 버려다오..." 그렇게 하고나니 조금은 마음이 편했다.
자식에 대한 욕심과 바램. 재물에 대한 욕심과 바램. 명예에 대한 욕심과 바램....
그 모든 것이 허허롭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지만 버리는 것 자체가 무척 힘이 들었다.
엊그제 저녘을 먹고 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누나는 매형이 곁에 있어 행복한 거야...
"나는 누나가 고생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위로가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누나의
목소리가 조금은 밝아진듯해 기분이 좋았다. 남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순응하며 남겨진
시간을 감사하게 안고 살다 가고 싶다. "고맙다 내 인생을 지탱하고 살게해준 이 세상과 지나온 세월아...
손 내밀면 손잡을 수 있는 거리에서 나를 사랑해준 내 아내와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온
아이들의 착한 심성에게도 늘 감사 한다"
치매는 자아상실 이다. 생각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썩은 나무토막 보다 더 처량한 것 이기에
오늘도 자리에 눞기 전에 말할 것이다 "푹자고 내일도 벌떡 일어납시다 잘자요... 여보.." 라고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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