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비밀을 만드는 여자

덕 산 2017. 5. 4. 12:28









비밀을 만드는 여자

서정완(lov***) 2017.05.01 06:28:04


예쁜 비밀이 많은 사람은 마음이 부자다.
문 앞에 따듯한 마음과, 궁금증을 놓고 가는 사람.
금년 가을 세 번째다.


작년엔 두 번이었다.
잘 익은 대봉 시, 상추, 가지, 풋 고추, 애호박, 삶은 애기 배추,
껍질 벗긴 호박 잎, 예쁘게 다듬은 쪽파 한 주먹, 무 만한 고구마 몇 개-.
바로 먹을 수 있게 깨끗이 씻었다.


소박한 정성이 들어 있다.
오후 4시30분에서 5시 사이다.
아파트 사무실 CCTV 를 봤다.


회색 카디건으로 몸을 감싸고, 수줍은 듯, 고개 숙여 조심스레 걷는 여자.
50대 중반의 가녀린 몸매.
더는 알아보지 않으리라.


남의 밭에서 무 뽑다 들킨 사람 같이, 얼굴 빨개져 겸연쩍어 할까 봐.
그녀의 예쁜 비밀의 자존감을 지켜주고 싶다.


그 날 밤 돼지고기를 삶아, 상추쌈에 품위 있는 혼밥(혼자 먹는 밥)을 즐겼다.

내 짐작이 맞다 면, 친정 집 뒤란 장독대 옆 감나무에서 감을 따고,
텃밭에 쪼그려 앉아, 뽑고, 뜯고, 다듬는 모습이 훤히 그려진다.









그 후 어느 날.
외식을 하자는 며느리 전화다.
저녁을 먹으며 비밀의 여자 이야기를 했다.


“아버님을 걱정해주는 여자 아닐까요.”
“아버님 아직 젊어요, 연애도 하고 그러세요.”
“우리 장손한테 물어볼까?”


“주원아, 엄마는 여자 만나라 하고, 아빠는 반대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만나요.”
“왜.”
“왜냐하면, 나도 할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주원이는 엄마 뱃속에 있었다.)


며칠 후,
주원이를 학원에 데려다 줄 일이 생겼다.
“주원아, 엄마와 너는 여자 만나라 하고,
아빠는 반대하는데 , 네가 아빠한테 말해주면 안될까?“
“...................”


“말은 해볼게.”
“그러지 말고, 할아버지 집에 음식물 가져다 놓는 야자를 만나봐.”
“누구인지 모르는데.”
“만나자고 편지를 써-놔.”


“음식물을 가져다 놓는 걸 보면, 할아버지 혼자 사는 줄 아는 여자일거야.”

“허--허 --
네가 살아온 세월이 10년이렷다.“


74년을 살고 있는 할애비는 속으로 이마를 친다.
예쁜 비밀을 만들며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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