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을 기다리며 / 박인걸
눈보라가 휘젓고 도망치는 숲에는
두 눈을 지그시 감은 나무들이
서로를 껴안은 채 말이 없다.
별빛이 차가운 언덕에 쏟아지고
달빛이 간간히 찾아와 말을 건네지만
나무는 바람에 흔들릴 뿐이다.
가지 끝에 매단 암갈색 움을
하나라도 잃지 않으려 몸부림치며
언 땅을 힘껏 뻗딛고 서 있다.
흰 눈이 정강이까지 차갑게 조여와도
이를 악물고 봄을 기다린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수시로 겨울 한파가 휘몰아치지만
숲의 나무보다 강한 의지로
얼마든지 고난을 이겨내곤 한다.
영하의 차가운 공기가
푸른 생명을 모두 앗아간 겨울에도
봄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발을 꼼작 거리며 봄을 기다린다.
제 아무리 혹독한 동한(冬寒)이라도
봄은 가슴속에서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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