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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 나절 / 이외수

덕 산 2013. 1. 3. 12:11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 나절 

                       - 이 외 수 ---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막연하게 기다렸어요.

서산머리 지는 해 바라보면

까닭 없이 가슴만 미어졌어요.

돌아보면 인생은 겨우 한나절...

아침에 복사꽃 눈부시던 사랑도

저녁에 놀빛으로 저물어 간다고

어릴 때부터

예감이 먼저 와서 가르쳐 주었어요.


이제야

마음을 다 비운 줄 알았더니

수양버들 머리 풀고

달려오는 초여름

아직도

초록색 피 한 방울로 남아 있는

그대 이름...


아시나요?...

종일토록 아무 생각없이 태양만 바라보고 있어도

그대가 태양이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기 위해

해바라기는

여름이 다 가도록 그대 집 마당가에 서 있습니다.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간이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 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어쩌자고 하늘은 저리 높은가...

이 풍진 세상에 가을빛 짙어

날아가는 기러기 발목에 그대 눈물 보인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겨울이 너무 깊어 사랑조차 증거가 인멸 되었습니다.

올해도 무기질의 시간이나 파먹으면서

시정잡배로 살았습니다.

법률은 개뿔도 모르지요.

그래도 희망을 목 조르지는 않았으므로

저는 무죄를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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