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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덕 산 2012. 12. 4. 11:42

 

 

 

 

겨울 나그네 

            - 김 현 승 -



내 이름에 딸린 것들

고향에다 아쉽게 버려두고

바람에 밀리던 플라타너스

무거운 잎사귀 되어 겨울 길을 떠나리라.


구두에 진흙덩이 묻고

담장이 마른 줄기 저녁 바람에 스칠 때

불을 켜는 마을들은

빵을 굽는 난로같이 안으로안으로 다스우리라.


그곳을 떠나 이름 모를 언덕에 오르면

나무들과 함께 머리 들고 나란히 서서

더 멀리 가는 길을 우리는 바라보리라.


재잘거리지 않고

누구와 친하지도 않고

언어는 그다지 쓸데없어

겨울 옷 속에서 비만하여 가리라.


눈 속에 깊이 묻힌 지난해의 낙엽들 같이

낯설고 친절한 처음 보는 땅들에서

미신에 가까운 생각들에 잠기면

겨우내 다스운 화로에 파묻히리라.


얼음장 깨지는 어느 항구에서

해동(解凍)의 기적 소리 기적처럼 울려와

땅 속의 짐승들 울먹이고

먼 곳에 깊이 든 잠 누군가 흔들어 깨울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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