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길 / 윤동주

덕 산 2012. 12. 3. 09:38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게 나아갑니다.

 

돌과돌과 돌이 끝없이 연 달어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어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 동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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