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게 / 고은영
나는 삶의 내적 균형을 잃은 지 오래고
당신의 모습도 균열의 전철을 밟고 있다
밤마다 잠들지 못하는 쓸쓸한 강변에
당신은 바람의 갈기로 서 있는가
아니면 굳은 가슴 두드리는 당신은
희망을 위해 떠남을 준비하는가
청춘의 앳된 기억을 떠올리는 당신도
맨 가슴을 드러내고 돌아오지 않는
소멸의 어느 궤도를 헤매고 있는 것인가
그곳은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마당
떠남을 위한 떠남인가 만남을 위한 떠남인가
당신은 후미진 이방으로 추락하는
비로소 서글픈 실존이다
당신은 왜 이리 긴 애증으로
시간이 갈수록 쓸쓸함을 가중시키고
불면의 그리움을 증폭시키는가
오늘 밤 세속에 잊힌 섬으로 오로지 시공을 떠돌다가
영혼의 그루를 후비던 삶의 상처를 위해
이제야말로 당신을 바라보는 삶의 더께에
나는 눈물나는 기도를 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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