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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시 / 김현승

덕 산 2024. 9. 29. 08:40

 

 

 

 

 

가을의 시 / 김현승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
산비탈과
먼 집들에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배회하게 하소서
나의 공허를 위하여
오늘은 저 황금빛 열매들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시간이 이르렀습니다
지금은 기적汽笛들을 해가 지는 먼 곳으로 따라 보내소서
지금은 비둘기 대신 저 공중으로 산까마귀들을
바람에 날리소서

많은 진리들 가운데 위대한 공허를 선택하여
나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하소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 술을 빚어
깊은 지하실에 묻을 시간이 오면
나는 저녁 종소리와 같이 호올로 물러가

내가 사랑하는 마른 풀의 향기를 마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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