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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처럼 미친듯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 장숙영

덕 산 2012. 10. 25. 15:21

 

 

 

 

가을처럼 미친듯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 장 숙 영 -

 


버릴 수 없다면 아프단 말도

말아야 하는데 숨 삼키며 사는

인생에 쉬움이 어디 있기나 할까?

그냥 사는 것이겠지, 비바람 불평 없더니

시절마다 꽉 채운 나무들

사이에서 단풍이 들 때쯤이면

또 다시 삶을 생각합니다.


짧디 짧은 가을은 해마다 제대로 미쳤다 가는구나.

무엇에건 제대로 미쳐보지

않고서야 변변한 무엇을 얻을 수나 있을까.

가을이 온통 미쳐버리지 않고서 붉디붉은 기운을

어디서 불러올 수 있을까.


마음을 다 풀어내기엔 짧기만 한 생의

여정 문제와 답 사이

무수한 갈등의 숙제를 푸느라

정말 소중한 것들의 순간과

소중한 선택의 선을 놓치고 마는

어리석음이 한 두 번이였던가 싶어도

마음을 잠재우고 보면 다 부질없는

허상일 때도 있습니다.


한여름 폭풍우처럼 휘몰아 오르던

욕망을 이겨내기란 얼마나

어려웠던가. 다시는, 다시는,...

몇 번을 다짐하고서도 차마 내치치 못한

미련으로 이 세상과 작별을 할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생이 만들어 준

작은 미소 한 송이, 눈물 한 방울

몸서리치게 고마운 일 아닌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이라

한대도 웃음 만발한 평지대신

가시 덩쿨 거둬냈던 이 길로 가고

있을 내 모습, 고움이 아깝다고

젊음이 짠하다고 손을 붙들고

혀를 차던 따뜻한 손에게 되돌아가던

내 웃음이 바람 같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한 번은 살아내야만 하는 길입니다.

아린 어깨를 두드리며 힘들단 혼잣말을 놓아도

어제였던 하루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이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며 사는 것들과 바라며

품은 소망들과 사람으로써

마땅히 할 수 있는 욕심들 중

얼마나 이루고 얻으며 살 수 있을 것인지는,...


길지 않아도 좋습니다.

행복이란 이름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허기인지 배고픔인지 구분이

불분명한 생의 많은 갈래로부터

제대로 살아졌으면 하는 소망만 생각합니다.


일에도 사람에도 그리고 스스로에게 품어도 괜찮을

허락받은 욕심 하나쯤 단단히 부여잡고

미친 듯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사랑이란 게 이런 것인가 보다 싶은 사랑,...


어디로든 방향을 놓고 텅 빈 소리가 나도록 내 안을 다

퍼내버린 후 세상에게 안녕을 고할 수만 있다면,

짧은 한 때를 채우고도 여한 없는 가을처럼

미치도록 생을 미친 듯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가을처럼 미친 듯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