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처럼 미친듯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 장 숙 영 -
버릴 수 없다면 아프단 말도
말아야 하는데 숨 삼키며 사는
인생에 쉬움이 어디 있기나 할까?
그냥 사는 것이겠지, 비바람 불평 없더니
시절마다 꽉 채운 나무들
사이에서 단풍이 들 때쯤이면
또 다시 삶을 생각합니다.
짧디 짧은 가을은 해마다 제대로 미쳤다 가는구나.
무엇에건 제대로 미쳐보지
않고서야 변변한 무엇을 얻을 수나 있을까.
가을이 온통 미쳐버리지 않고서 붉디붉은 기운을
어디서 불러올 수 있을까.
마음을 다 풀어내기엔 짧기만 한 생의
여정 문제와 답 사이
무수한 갈등의 숙제를 푸느라
정말 소중한 것들의 순간과
소중한 선택의 선을 놓치고 마는
어리석음이 한 두 번이였던가 싶어도
마음을 잠재우고 보면 다 부질없는
허상일 때도 있습니다.
한여름 폭풍우처럼 휘몰아 오르던
욕망을 이겨내기란 얼마나
어려웠던가. 다시는, 다시는,...
몇 번을 다짐하고서도 차마 내치치 못한
미련으로 이 세상과 작별을 할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생이 만들어 준
작은 미소 한 송이, 눈물 한 방울
몸서리치게 고마운 일 아닌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이라
한대도 웃음 만발한 평지대신
가시 덩쿨 거둬냈던 이 길로 가고
있을 내 모습, 고움이 아깝다고
젊음이 짠하다고 손을 붙들고
혀를 차던 따뜻한 손에게 되돌아가던
내 웃음이 바람 같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한 번은 살아내야만 하는 길입니다.
아린 어깨를 두드리며 힘들단 혼잣말을 놓아도
어제였던 하루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이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며 사는 것들과 바라며
품은 소망들과 사람으로써
마땅히 할 수 있는 욕심들 중
얼마나 이루고 얻으며 살 수 있을 것인지는,...
길지 않아도 좋습니다.
행복이란 이름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허기인지 배고픔인지 구분이
불분명한 생의 많은 갈래로부터
제대로 살아졌으면 하는 소망만 생각합니다.
일에도 사람에도 그리고 스스로에게 품어도 괜찮을
허락받은 욕심 하나쯤 단단히 부여잡고
미친 듯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사랑이란 게 이런 것인가 보다 싶은 사랑,...
어디로든 방향을 놓고 텅 빈 소리가 나도록 내 안을 다
퍼내버린 후 세상에게 안녕을 고할 수만 있다면,
짧은 한 때를 채우고도 여한 없는 가을처럼
미치도록 생을 미친 듯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가을처럼 미친 듯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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