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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허수아비 / 김태인

덕 산 2022. 11. 25. 13:47

 

 

 

 

 

11월의 허수아비 

                   - 김 태 인 -

 

 

오소서, 오소서

상처뿐인 이 계절에 오소서

 

기다리다 흘리는 눈물이

차갑게, 차갑게 얼어붙어

날카로운 고드름 되어

그대 가슴 찌르기 전에

 

그리움에 지친 영혼

구름처럼 붉은 노을 되어

어딘지 모를 곳에 부서져

흔적 없이 사라지기 전에

 

넘치는 사랑으로

누렇게, 누렇게 삭아 내리는

저 들녘의 얼빠진 바람둥이들

돌아보지 말고 빨리 달려와

 

모닥불 같은 사랑으로

굳어진 혈관을 달구어

녹슬어 멈춰 버린 심장에

뜨거운 피를 부어 주오

 

그대여, 그대여,

꿈속에서 서성이는

신기루 같은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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