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왜 출산을 기피할까.

덕 산 2022. 10. 3. 09:09

 

 

 

 

왜 출산을 기피할까.

 

박천복 2022-10-03 07:47:02

 

지금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여러 해 동안

세계 최저수준이며 첫째자녀를 낳는 평균연령도 26세에서 32세로 높아졌다.

지난 16년간 28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지만 별무효과다.

왜 그랬을까,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는데 발로 뛰는 대신 책상에 앉아 숫자놀음의

탁상행정을 해 왔기 때문이다.

출산에 따르는 각종보상은 유인이며 땜질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이미 우리사회의 가임여성계층은 신세대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한다.

그들은 개성적이며 이기적이고 가치관도 크게 다르다.

명분보다는 실리에 더 밝고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정에 대해 거부감도 크다.

출산을 여성의 의무로 생각했던 전 세대와 달리 이들에게 출산은

개인을 희생하는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혼해 가정을 이룬 젊은 여성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일과 가사에 따르는 갈등이다.

지금은 외벌이로는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맞벌이가

많고 어쩔 수 없이 여자 쪽이 일과 가사에 따르는 갈등이 더 크게 마련이다.

아무리 남편이 가사를 분담한다 해도 결국 집안 살림은 여자 몫이

더 많고 그만큼 자기희생이 따르게 된다.

특히 출산과 육아는 거의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애 하나를 낳아 키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모두가 겪어 잘 알고 있다.

힘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비용도 엄청나다.

자식하나 대학까지 졸업시키는데 약3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입시를 위해 학원에 쏟아 붓는 사교육비다.

블름버그 통신은 중, 고등학생 하나가 쓰는 년 간 사교육비가

평균 830만원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이 금액은 큰 편차가 있다.

일과 가사, 출산과 육아, 그리고 엄청난 교육비는 출산을 기피하는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직장에 다니는 기혼여가 출산하는 경우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되어있다.

그러나 그 법이 직장 내의 분위기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

출산 때문에 상당기간 육아 휴직했을 때 자기 ‘자리’ 가 불안해지는 건 모두가 겪어본 일이다.

회사는 회사대로 그 빈자리를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육아휴직대신 퇴사하고 육아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애가 어느 정도 커서 다시 직장을 잡으려할 때 이미 이들은

‘경단여’ 가 되어 불이익을 감수해야한다.

육아휴직과 경단여는 똑같이 가임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이점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출산한 직장여성의 경우,

탁아시설은 거의 절대적인 필요조건이다.

일부 대기업은 하루 종일 탁아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하다.

근자에는 노부모가 애를 맡아주는 일이 많지만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애를 맡길 곳이 없는데 어떻게 애를 낳을 수 있겠는가.

국가가 나서서 탁아시설을 만들고 운영해야한다.

특히 이일은 지자체가 맡는 게 옳다.

마음 놓고 애를 맡길 수만 있다면 출산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 주택 보급 율은 이미 100%를 넘었다.

그러나 자가 보유율은 절반에 못 미친다.

애들 데리고 셋집을 전전하는 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제집 장만하기가 힘든 만큼 출산기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인간에게, 가족에게 ‘거주형태’는 생존방식의 중요한 문제가 된다.

개인이 쉽게 해결 할 수도 없는 문제다.

그래서 ‘집없는 설음이 가장 크다’ 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 집과 셋집은 그렇게 다르다.

 

정부가 합계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은 자명해진다.

육아휴직에 대한 시행령을 더 세밀하게 손봐서 산모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준 높은 탁아시설들을 많이 만들어 맘놓고 애들을 하루 종일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살기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장기임대로 제집처럼 살게해 줘야 한다.

사교육비는 경쟁의 산물이기 때문에 정부가 간섭할 분야가 아니다.

그건 학부모의 철학이 결정할 문제다.

다른 하나는 세태(世態)다.

세상의 형편이 전과는 달라졌다.

젊은 가임여성들, 나아가서는 신세대 전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인생관, 철학이 구세대와는 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인정해야 한다.

더 큰 답은 그 안에 있을 것이다.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는 물속에 들어가야 한다. ㅡ서양속담.

- 출 처 : 조선닷컴 토론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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