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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미련 없이 죽을 수 있겠는가? / 법상스님

덕 산 2022. 8. 1. 15:15

 

 

 

 

 

지금 당장 미련 없이 죽을 수 있겠는가? 

 

죽음 명상에 대해 언젠가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죽을 수 있겠는가’ 하고 물었을 때 ‘예’ 하고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일체를 다 놓고 살자고 하였습니다.

 

지금 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참으로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거라 하였습니다.

 

그 물음을 하루 뒷날로 미루어 봅시다.

오늘이 내 삶의 남은 마지막 하루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내일 죽는다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보자는 말입니다.

과연 나는 내일 죽는다면 무엇을 하며 오늘 하루를 보낼까.

 

내일 죽더라도 여한 없이 오늘을 살고 있는가.

내일 죽더라도 미련 없이 이 생을 마감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붙잡아 왔던 모든 이 생의 집착을 다 놓아버릴 수 있겠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는 것입니다.

 

주윗 분들의 죽음을 꾀 여러 번 접하고 그로인해

괴로워하는 많은 이들을 만나다보니,

또한 말짱하던 사람이 한 순간 죽어가는 일들을 겪게 되다 보니,

처음에는 아무런 마음에 동요 없이 시다림을 하고

천도를 하다가 어느 날인가 문득 그 모든 것들이

나의 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내일 내가 죽지 않을 수 있다고 누가 말하던가 말입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실로 ‘나는 내일 죽는다’ 하고

생각하고 보니 이게 결코 간단히 오늘을 살 일이 아니라고 여겨졌습니다.

지금 매 순간 순간이 중요해지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수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며,

어리석게 이것저것 붙잡아 집착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또한 자연스럽게 베풀 수밖에 없어집니다.

이처럼 내일 죽음을 준비한다는 말은 첫째로 ‘일체를

놓음(방하착)’을 의미하며 둘째는 ‘최선의 정진’을 뜻하고,

마지막으로 ‘보시의 실천’이 뒤따르게 됩니다.

 

내일 죽을 사람에게 집착이란 아무짝에도 쓸 모 없는 일이기에,

지금까지 집착하고 있던 정신적,

물질적 모든 잡음을 일순간 정리하여 놓을 수 있게 됩니다.

‘내일 죽는다’ 하고 인정하여 마음에서 수용하고 보면

그간 절대 놓지 못할 것 같은 것들도 쉽게 놓을 수 있게 됩니다.

 

죽을 사람이 무엇에 얽매이며, 무엇을 가져 갈 수 있겠습니까.

또한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복력과 수행력 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수행자는 또한

복력과 수행력의 증장에 힘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정진하고 또 정진하며

한 순간도 화두를 놓지 못하고,

염불을 놓지 못하며 부처님 말씀을 놓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지금까지 쌓아 놓은 재산이며 일체의 ‘내 것’들을

마음 편히 이웃에게 회향하여 베풀 수 있게 됩니다.

 

오늘 하루를 한 치의 후회도 없이 살아갈 수 있으며,

죽음을 비롯해 지금까지 살아오며 잡아왔던 모든 것들을

다 놓아버렸기에 그 어떤 경계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까짓 죽음을 앞둔 마당에 무엇이 괴로울 것이 있고,

무엇이 서글프며 그 무엇이 외롭고, 답답하고,

질투날 것이 또 그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느끼는 괴로움의 경계 가운데

죽음 이상의 경계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 법상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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