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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 채

덕 산 2012. 10. 31. 11:56

 

 

 

 

 

11월에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  채 - 

 

    


말을 하기보다 말을 쓰고 싶습니다

생각의 연필을 깎으며 마음의 노트를 펼치고

웃음보다 눈물이 많은 고백일지라도

가늘게 흔들리는 촛불 하나 켜 놓고

등뒤에 선 그림자에게 진실하고 싶습니다


피었을 땐 몰랐던 향긋한 꽃내음이

계절이 가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고

여름숲 지저귀던 새들의 노래소리가

어디론가 떠나고 흔적 없을 때

11월은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바람결에 춤추던 무성한 나뭇잎은 떠나도

홀로 깊은 사색에 잠긴 듯

낙엽의 무덤가에 비석처럼 서 있는

저 빈 나무를 누가 남루하다고 말하겠는지요

다 떠나보낸 갈색 표정이 누구를 원망이나 할 줄 알까요


발이 저리도록 걷고 걸어도 제자리였을 때

신발끈을 고쳐 신으며 나는 누구를 원망했을까요

그 길에서 하늘을 보고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켜 세우며 나는 또 누구를 원망했을까요


하늘을. 세상을  아니면 당신을

비록 흡족치 못한 수확일지라도

그 누구를 원망하지 말 것을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말 것을

한줄 한줄 강물같은 이야기를 쓰며

11월엔 한그루 무소유의 가벼움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