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쩍새 우는 봄날에 / 박규리
나에게도 소원이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낮게 드리운 초라한 집 뜰에
평생을 엎드려 담장이 될지언정
스스로 빛나 그대 품에 들지 않고
오직 무너져 흙으로 돌아갈
한 꿈밖엔 없는 돌이 되는 겁니다
구르고 구르다 그대 발 밑을 뒹굴다
떠돌다 떠밀리다 그대 그림자에 묻힌들
제아무리 단단해도 금강석이 되지 않고
제아무리 슬퍼도, 그렇지요
울지 않는 돌이 되는 겁니다
이내 몸, 이 폭폭한 마음
소리없이 스러지는 어느날, 그렇게
부서져 고요히 가라앉으면
다시 소쩍새, 다시 소쩍새 우는 봄날에
양지바른 숲길에 부풀어오른
왜 따스한 흙 한줌 되지 않겠습니까
지쳐 잠든 그대 품어안을
눈물겨운 무덤 흙 한줌, 왜 되지 않겠습니까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6월을 마중하며 / 백송 정연석 (0) | 2026.05.28 |
|---|---|
| 유월이 오면 / 도종환 (0) | 2026.05.26 |
| 꽃 핀 나무 아래 / 허수경 (0) | 2026.05.22 |
| 5월 바다 / 배준석 (2) | 2026.05.21 |
| 5월의 단풍나무 / 안도현 (0) | 2026.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