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단풍속으로 / 박명숙

덕 산 2022. 10. 20. 12:38

 

 

 

 

 

단풍속으로 

             - 박 명 숙 -

 

드디어 산빛은 가속을 내고

폭풍처럼 불길이 들이닥칠 때

티끌도 흠집도 죄다 태우며

미친 하늘이 덤벼들 때

맞습니다.

길은 보이지 않고

바람이 우리 몸뚱이 통째로 말아버리면

어디선가 어둠도 저린 발가락 피가 나도록

긁고 있겠지요​

 

접었던 시간의 소매를 내리며

먼 기억들이 박쥐처럼 날개를 펴고

휘몰아치는 단풍 속으로, 속으로

마구 날아드는 것이겠지요

끝도 없이 서로 얼굴을 부딪치며

세상의 구비마다 떨어져 쌓일 때

 

서둘러 낭떠러지가 올라오고 있는 것이겠지요, 지금

 

 

 

 

반응형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나이도 단풍 / 박래철  (0) 2022.10.23
더는 갈 수 없는 세월 / 조병화  (0) 2022.10.21
10월에는 / 정연화  (0) 2022.10.19
10월 어느 날 / 목필균  (0) 2022.10.18
시월을 사랑하는 가을나무 / 최갑연  (0) 2022.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