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욕을 당했을 때는 / 법상스님
'그는 나를 모욕하고, 때리고, 나의 것을 훔쳤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미움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그는 나를 모욕하고, 때리고, 나의 것을 훔쳤다.'
이런 생각을 놓아 버려야 당신의 미움은 끝이 난다.
증오는 증오로 무너뜨릴 수 없다.
증오는 사랑에 의해 무너진다.
이것은 변치않는 영원한 진리이다.
[법구경]
증오의 마음을 가라앉히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근심과 걱정이 없어진다.
증오와 성냄은 독의 근본.
그래서 증오를 없애고 인욕을 실천하는 사람은
모든 성인이 칭찬한다.
[잡아함경]
증오는 증오로 무너뜨릴 수 없고,
다툼은 다툼으로 끝맺을 수 없으며,
원망은 원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증오와 다툼과 원망이라는
그 한 생각을 놓아버렸을 때
나의 증오도 원망도 다툼도 온전한 결말을 맺게 된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라.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그 결과는 언제나 폭력뿐이다.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부르고,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른다.
증오와 미움과 폭력과 전쟁은
어느 한 쪽이 그 어두운 마음을 놓아버리지 않고서는
결코 풀리지 않은 채
후손에게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가면서
또 다른 폭력을 낳을 뿐이다.
부처님을 비롯하여 인류의 수많은 성인들이
끊임없이 비폭력을 역설하고,
사랑과 자비를 역설하는 소리를
왜 우리는 계속해서 무시해야만 하는 것일까.
증오는 증오로 끝나지 않는다.
증오는 오직 사랑으로 끝난다.
다툼은 또 다른 다툼으로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오직 사랑과 지혜 그리고 용서로써만 끝낼 수 있다.
참된 사랑이란 상대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온전한 자각에서 오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이다.
내가 증오하는 상대와 증오하는 주체인 내가
둘이 아니라는 자각이 생겼을 때,
어떻게 상대를 증오할 수 있겠는가.
내가 상대를 증오할 때
그 증오의 마음은 누구의 것인가?
그 증오는 바로 내 것이다.
증오는 상대에게 싹트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고스란히 씨앗이 되어 묻힌다.
그리고 언젠가 그것이 악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상대가 나를 모욕했다면
그 또한 내 안에서의 문제다.
상대방이 나를 모욕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모욕 당할만한 어떤 업,
정체된 에너지, 탁한 기운들이 잠재되어 있다가
마침 그 상대를 만나 그를 통해
내 안에 있던 것들이 튀어나온 것일 뿐이다.
그러니 어찌 상대를 탓할 것인가.
모든 문제는 내 안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드러난 문제라고 할지라도
결국 그것은 내 안의 문제요,
내가 풀어야 할 '내 숙제'임을 알아야 한다.
사실 상대와 나라는 것 또한
우리의 분별일 뿐,
그 둘은 둘이 아니라 한 바탕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증오하지 않듯,
내가 상대를 증오할 수 없다.
나와 상대를 나누는 마음은 어리석음이며,
하나라는 마음은 지혜이고 사랑이다.
참된 지혜와 사랑이 바탕이 되었을 때,
이 세상의 모든 문제는 나와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또 다른 나의 문제, 즉 내 안의 문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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