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사소한 일이 우주를 밝힌다 / 법상스님
작고 사소한 일이 우주를 밝힌다 / 법상스님
작고 하찮다고 생각되는 일,
다른 중요한 할 일이 많아서
거기에 쓸 에너지가 없다고 생각되는 일,
어쩌면 그 일 속에 우주가 당신에게 기대하며,
당신이 꼭 해야만하는 놀라운 계획이 숨어있을지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한 일이
보이지 않는 더 깊은 차원에서는
매우 중대한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우연히 마주친 한 어린아이에게 베푼 친절과 나눔이
그 소녀가장을 살릴 수도 있으며,
지나가는 말로 내밷은 말이
그를 절망으로 빠뜨릴 수도 있고,
별 생각없이 행한 조언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뒤바꿀 수도 있다.
어릴적 기차 안에서 만나 잠시 놀았던
20대 쯤 되어 보이던 누이의 해맑은 웃음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있다.
두어 시간 열차안에서 만나 잠깐 놀았을 뿐이었지만,
그 분은 나와 '놀아준' 것이 아니라
함께 매우 즐겁게 '놀았다'.
놀아준 것은 하나의 일이지만
함께 논 것은 전혀 힘들인 것이 아니며
그 순간에 온전히 현존하는 것과도 같다.
어른이 아이 앞에서 온전히 현존하며 놀 때,
그 현존의 에너지는 매우 강한 영적 인상을 남기는 법이다.
바로 그 작고 사소한 노는 일이
나 자신에게는 오래도록 각인이 되어
내 삶의 빛나던 순간으로 기억되듯,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일일지라도
그것이야말로 이 우주가 우리에게 부여하는
귀하고도 깨어남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인지 모른다.
이 우주를 밝히는 일은,
자비와 지혜를 실천하는 일은
그다지 거창하거나 대단한 어떤 일이어야하는 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행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친절과 도움,
현존 속에서의 나눔과 놀이 조차
누군가에게 삶을 일깨우는 큰 힘이 되거나
우주를 밝히는 일이 될 수 있다.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시작하라.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