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호시인님 글방
등꽃을 닮은 네 / 淸草배창호
덕 산
2025. 5. 1. 14:32
등꽃을 닮은 네 / 淸草배창호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인연도 있는데
숲 덤불마저 초록으로 거듭나는
순연純然이 깨어나는 산자락에
잠시 잊었든 그리움이
산 능선을 휘감고 있는 달무리 같아서
구름 비를 기다리는 꽃의 일생이런가
지극히 맑고 고요한 사슬에 묶여있어도
4월의 소나기를 사랑하는 것과 같이
기척 없이 피었다가 말없이 진다 해도
네, 생애 속에 뛰어들어
공허함을 하마 벗어버릴 때도 되었는데
하얗도록 해 질 녘까지 치르고 싶은
신록의 산과 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파르르 깨어나는 시절 인연에
산사山寺의 연등을 밝힐 이맘때면
시름겨운 세상을 바라보는 미망에 찬
사랑일지라도, 초롱 등꽃은
질 때까지 더없는 충만을 베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