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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이 한 해에도 / 이해인

덕 산 2024. 12. 17. 06:18

 

 

 

 

 

저무는 이 한 해에도 / 이해인 

 

노을빛으로

저물어 가는

이 한 해에도

제가 아직 살아서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음을 사랑하고,

기도하고, 감사할 수 있음을

들녘의 볏단처럼

엎디어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새로이

태양이 떠오르듯

오늘은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제 마음의 하늘에 환희

떠오르시는 주님

 

12월만 남아 있는

한 장의 달력에서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시간의 소리들은

쓸쓸하면서도

그립고 애틋한

여운을 남깁니다

 

아쉬움과

후회의 눈물 속에

초조하고 불안하게

서성이기 보다는

소중한 옛친구를

대하듯 담담하고

평화로운 미소로 떠나는

한 해와 악수하고 싶습니다

 

색동설빔처럼

곱고 화려했던

새해 첫날의 다짐과

결심들이 많은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