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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冬將軍 / 윤갑수

덕 산 2024. 12. 6. 08:49

 

 

 

 

 

동장군冬將軍 / 윤갑수

 

매서운 동장군이 칼바람차고

자꾸만 내게 들이댄다.

구겨진 얼굴을 벌겋게 그을리니

한파가 화장을 해준다.

꼬임에 빠진 강추위가 왼 종일

우리를 약 올린다.

저물녘 텅 빈 길가의 나목들이

한파에 맥 못 추는 인간을

비아냥대듯 거들먹대며 춤춘다.

두터운 외투 옷깃사이로 비수를

들이대듯 칼바람이 스며들면

퇴근길을 가로 막고 유혹한다.

포차 불빛이 유난히도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