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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그러하게 / 이순희

덕 산 2024. 8. 28. 07:52

 

 

 

 

 

스스로 그러하게  / 이순희

 

 

언제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를 화분에

하얀 날개 같은 꽃이 피었다

볼품없는 잎을 달고 제구실도 못 하던 싸구려 그 화분엔

물도 잘 주지 않았다

예쁜 꽃을 피우는 화분들에게 정성 들여 물을 주다가

남은 물 선심 쓰듯 조금 끼얹어 줄 뿐이었다

그런데 그 화분 잎 끝마다 뽀오얀 속살을 내밀더니

천사 날개 같은 꽃을 피웠다

자꾸 시선이 간다

그러다가 스치는 무엇

무심해져야

꽃도 꽃잎 무심하게 지우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을

꽃 하나 피웠다고

호들갑 떨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