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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 강준철

덕 산 2024. 8. 19. 10:15

 

 

 

 

 

무더위 / 강준철 

 

전나무가 시퍼런 장검(長劍)을 들고

여름을 썩썩 잘라 던진다

 

쓰르라미가 참나무 위에서

한창 오르가즘에 오른다.

 

그 울음소리에

나의 우주는 뒤집어 지고

 

나비와 벌들은 땀에 젖어

꽃들을 질식시키고 있다.

 

교회의 종기는

햇볕을 부수고

 

절간의 풍경 소리는

숲 속을 떠돈다.

 

갑자기 한기에 몸이 떨린다.